
레토릭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하며 고대로부터 철학, 정치학, 윤리학, 문학과 밀접히 관련되어 학문의 주요한 분야로 손꼽혔다. 인간이 상징과 기호를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절부터 레토릭은 존재했다고 할 수 있으나, 레토릭을 학문적 분야로 정립한 것은 그리스 문명의 초기라 할 수 있다. 레토릭은 매체(말, 글, 상징, 부호, 기호)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데, 이때 인간이 갖고 있는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등과 같은 속성에 의해 사리를 판단하는 방법과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보다 옳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언어와 상징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며 타인의 의사를 전달받는 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레토릭은 20세기 들어와 교통수단과 매스 미디어 발달에 이어진 정보화 사회와 민주주주의 확산에 따라 여러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 철학가들 고르기아스, 프로타고라스, 리시아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이소크라테스 등의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 전 4세기에 레토릭을 저술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레토릭과 함께 정치학, 윤리학, 시학을 함께 저술하여 레토릭과 이들 학문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역설하였다. 이후 레토릭은 논리학, 문법, 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과 함께 고대와 중세의 일곱가지 주요 교육 분야의 하나였으며 19세기 초반까지 서구 대학의 핵심 교과과정이었다. 즉, 레토릭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정치학, 윤리학 등의 전반적인 지식이 모두 결집된 일종의 백과사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군가를 설득할 때 세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가 바로 그것이다. 로고스는 논리적인 근거나 실증적인 자료 등으로 상대방의 결정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에토스는 도덕적 인격을 설득력의 자원으로 삼는 것인데, 인격의 문제는 수사가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인용하는 인물이나 청중의 도덕적 ․ 인격적 면모도 포함된다. 즉 주어진 문제와 수사적 텍스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다시 말해서 믿을만한 사람인가, 호감이 가는 사람인가, 더 나아가서 친구나 동지로 어울릴만한 사람인가 하는 물음들에 대해 청중은 어떤 태도나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파토스인데 파토스가 필수 불가결한 설득수단인 까닭은 일반적으로 감정은 사고와 행위를 매개해주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즉 감정의 동의가 없이는 어떤 사고나 지식도 실제로 행위로 전이될 수 없고 따라서 현실화될 수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식이나 사고 자체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왜냐하면 주체가 구체적인 행위를 수행할 때 그는 무엇 때문에, 무
엇을 위해, 어떻게, 그리고 행위자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등의 맥락화와 합목 적성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 맥락화와 합목적성의 탐색기제가 곧 감정이기 때문이다.

로고스(Logos)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가장 흔한 의미는 “상징 혹은 말”이었다. (그리스에서 스피치를 대필해주는 소피스트들을 logographer라고 불렀다.) 소피스트들은 말과 사고와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일상적으로 로고스를 이성적 증명(logical proof)이라 하여 화자나 작가가 구성한 커뮤니케이션의 텍스트에 대한 논리성에 한정적으로 쓰여 지는 경우가 많다. 로고스는 텍스트 자체에 담긴 논리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화자나 작가가 그 논리성을 어떻게 구성하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청자나 수용자에게 그 논리성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 하는 인식과 사고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로고스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속성이기도 하다. 로고스는 우리말로 ‘이성’으로 번역이 되고 있다.
파토스는 공감, 경청 등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거나 유머, 공포나 연민 등 감정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 측면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파토스는 소피스트들의 파토스 개념과 플라톤의 파토스 개념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레토릭과 파토스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반전시킨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파토스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정념 즉 인간의 감정의 속성에 대한 부분과 둘째 인간 분류에 따른 정념의 특성에 대한 논의다. 후자는 다시 말해 나이, 부. 명예, 태생, 사회 위치, 권력 유무에 따른 인간의 감정적 속성의 차이를 논하였다.
에토스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경험과 습관 그리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메시지의 스타일과 텍스트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에토스는 화자가 갖고 있는 인물에의한 신뢰도의 속성과 메시지에 담긴 신뢰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에토스에 대한 해석은 말하는 사람의 말을 통해서 그래도 체현되고 배어난다는 주장과 말하는 사람의 인품과는 상관없이 말의 설득력은 화자가 청자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얼마나 잘 적응시켜 호응하도록 만들어내느냐 하는 쪽에 달려있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전자를 이상적인 견해라고 본다면, 후자는 현실적인 견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
시 말해서 수사학에 대한 플라톤의 생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각각 대변하는 것이 된다. 플라톤의 생각은 말이 곧 사람이라는 명제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인데, 그의 주장은 말은 곧 말하는 사람의 영혼에서 비롯되고 그 영혼을 담고 있는 말이 듣는 사람의 영혼에 작용함으로써 비로소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라는 것을 통해서 영혼에서 작용에서 비롯한 전기적인 에너지가 화자에게서 청자에게로 흘러가서 상호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일종의 영혼감응설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말하는 사람의 본래적인 인품의 고매함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말하는 사람이 청중의 성격에 맞춰서 언어를 통해 자신의 인품을 그럴듯 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따라서 에토스가 현실적으로 조작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에게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인품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성격묘사라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그리스에서 피고들이 직접 자신의 변론문을 작성하기 보다는 대필가에게 변론문을 의뢰해서 이를 암기하여 법정에서 연설을 했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대필가, 혹은 유령작가에게는 자신의 의뢰인의 인품을 배심원들의 긍정적인 판단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상대방의 인품을 훼손하거나 폄하하는 쪽으로 연설문을 작성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일이 급선무이며, 그가 묘사하는 인물들의 영혼이 실제로 고귀한 것인지 아니면 비천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자신의 성공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다. 대필가의 주된 임무는 청중의 성향에 걸맞게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인물의 성품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에토스는 자연스럽게 인물 그리기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며, 이 인물을 청중의 성향에 맞게 그린다는 점에서 특정한 장소와 시대의 문화적인 배경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게 된다. 이로 인해서 에토스는 관습, 문화라는 의미를 폭넓게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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